글 쓰는데 왜 이렇게 자꾸 힘이 들어갈까 생각해봅니다. 잘 쓰고 싶은 욕심? 경직된 사고? 분명 뭔가 할 말이 많은 것 같았는데 모니터 빈 화면을 앞에 두면 머릿 속도 순간적으로 하얘집니다. 병목현상처럼 할 말이 너무 많아 생각이 글이라는 좁은 입구로 원활히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낫지만요. 조금 더 들여다보니 내가 기대하는 것처럼 내 안에 해야 할 말이 없는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책에선 쓰고 싶은 것보단 읽고 싶은 글을 쓰라고 하고, 어느 파워 블로거는 일단 쓰고 싶은 걸 쓰라고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순수한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라기보단 블로그 활성화라는 이면의 목적이 있기 때문인 것도 같아요. 하고 싶은 말을 생각 없이 하기보단 자꾸 검열하고 치장하려고 하거든요.
어쨌든 오늘은 글 쓰는 환경을 좀 바꿔보면 글이 잘 써질까 싶어 진정한 디지털 노마드가 돼보기로 했습니다. 슬림한 고사양의 노트북도, 애플 맥북도 아닌 (더럽게) 무겁고 투박한 오래된 노트북을 백팩에 구겨 넣고 도서관으로 향했어요. SNS에서 카페에 앉아 맥북을 펼치고 글을 쓰는 인플루언서들의 모습을 동경했거든요. 백색 소음에 둘러싸여 온전히 글쓰기에 몰입하는 나를 상상하며 백팩 무게에 점점 쪼그라드는 허리를 간신히 지탱하고 꾸역꾸역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결과적으로 환경의 변화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어요. 최근에 리모델링을 해서 가구며, 집기며, 열람실 공간의 모든 것이 더할나위없이 쾌적했음에도 없던 몰입의 경험이 새삼스럽게 생기진 않더라고요. 문제는 환경이 아니었던가봐요. 그래도 기왕 멀리까지 힘들게 왔으니 도서 리뷰 하나는 완성하고 왔습니다. 뿌듯함보다는 몇 줄 되지도 않는 거, 이걸 몇 시간이나 붙잡고 있었나 싶었어요. 그래도 하나도 못 쓴것 보단 낫겠죠. 오늘보다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지겠죠. 언젠가는 빈 모니터 화면에 쓰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아 설레일때도 있겠죠. 아, 차라리 일기를 쓰는 연습부터 해야하려나요? 감사일기라는 것도 있던데요. 하루에 아침 저녁으로 감사할 일들 세 개씩을 적는거예요.
아무튼 뭐든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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