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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에 재수를 했어요.
전기, 후기, 전문대까지 싹 다 떨어져 아무 데도 갈 곳이 없었거든요. (수능세대는 아닌 세대ㅜㅜ)
의지를 가진 선택이라기보다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어요. 딱히 실업계도 아닌 인문계 고교 졸업생이 대학 말고 생각할 수 있는 인생의 다음 스텝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책상에 앉으려면 다리를 한 짝씩 의자와 책상 사이 공간으로 끼워 넣어야 하는(어떤 느낌인지 아실라나요?) 인구밀도 높은 재수학원 교실에서 재수생이라는 낯선 신분이 되어 꼬박 일 년을 공부했죠.

종일을 학원에서 수업듣고, 끝나면 독서실로 가 새벽까지 또 공부하고, 터덜터덜 까맣게 어두워진 집 앞 골목길을 걸어가는 하루하루가 뭔가 되게 외로웠던 것 같아요.

오늘의 일기


어느 날은 몸이 아파서 엄마에게 '몸이 안 좋아' 얘길 했더니 엄마는 박카스를 사다 주셨던가, 사 먹으라고 하셨던가 그랬는데요. 엄마의 그런 반응은 제가 기대했던 건 아니었어요. 제가 정말 원했던 건 피로회복제가 아니라 '힘들었구나, 오늘은 좀 쉬어'라는 말이었거든요. 말은 안 했지만 사실 그때 전 꽤 절망했어요.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좀체 쉬라고 얘기해주진 않아요. 더이상 힘낼 수 없는 사람들에게 힘내라는 위로를 하죠.

우린 사실 언제나 이미 너무 힘을 내고 있는데도요. 내일을 버텨낼 힘까지 가불 해서 당겨 쓰고 있는데도요.

어쨌든 그래서 저는 힘내라는 말이 선뜻 나오지 않더라고요. 아, 물론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중계를 보며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황대헌 선수에게, 최민정 선수에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힘내!!'라는 응원을 하긴 했네요.

진짜 위로란 뭘까요? 나이 먹을수록 한참씩 생각해보게 되는 질문입니다.
당신을 위로해주는 한 마디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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