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힘내라는 말이 망설여지는 이유
스무 살에 재수를 했어요. 전기, 후기, 전문대까지 싹 다 떨어져 아무 데도 갈 곳이 없었거든요. (수능세대는 아닌 세대ㅜㅜ) 의지를 가진 선택이라기보다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어요. 딱히 실업계도 아닌 인문계 고교 졸업생이 대학 말고 생각할 수 있는 인생의 다음 스텝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책상에 앉으려면 다리를 한 짝씩 의자와 책상 사이 공간으로 끼워 넣어야 하는(어떤 느낌인지 아실라나요?) 인구밀도 높은 재수학원 교실에서 재수생이라는 낯선 신분이 되어 꼬박 일 년을 공부했죠. 종일을 학원에서 수업듣고, 끝나면 독서실로 가 새벽까지 또 공부하고, 터덜터덜 까맣게 어두워진 집 앞 골목길을 걸어가는 하루하루가 뭔가 되게 외로웠던 것 같아요. 어느 날은 몸이 아파서 엄마에게 '몸이 안 좋아' 얘길 했더니 엄마는..
2022. 2. 1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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