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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 서메리 저 / 미래의창 / 2019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책정보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책정보

 

 

프리랜서로서의 경험담을 담은 책을 몇 권 내리읽었다. 설 연휴가 낀 탓에 나름 무겁지 않으면서 위로를 주는 책을 찾고 있었나 보다. 책들은 거의 비슷하게 프리랜서로서의 '프리함'과 프리랜서이기에 '프리 하지 않은' 모습을 나란히 비춰주었다. 

 

어느덧 삼 년 차에 접어드는 프리랜서 백수의 경험치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프리랜서의 '프리함'은 출퇴근의 자유다. 남들 출근하는 러시아워에 콩나물시루 같은 전철 속에 꾸깃해진 짐짝이 되어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 외 자잘하고 소소한 장점들이 있긴 하지만 나머지 영역에선 직장이라는 조직에 매여 자유롭지 않은 직장인들과 크게 다르진 않다. 

 

다음 일이 언제 들어올지 확신할 수 없어서 온전히 내 편의에 맞춰 들어오는 일을 거절하기 어렵다. 다음 달 수입을 장담할 수 없기에 호기로운 지출을 하기가 망설여진다. 프리랜서라 하면 한없이 게을러 퍼질 것 같지만, 마감에 맞춰 일을 해내기 위해 나인 투 식스의 직장인 못지않게 규칙적으로 일한다. 하다 안되면 자정 넘어 이어지는 자발적 야근도 서슴지 않는다. 

 

사회제도의 보호를 받기도 힘들다.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지원하려 신청했더니 근무한 내역을 공적으로 확인시켜줄 갖가지 서류가 필요하다. 4대 보험 같은 나의 노동을 증명해줄 확실한 증거가 없는 한 몇 번의 보완 서류 추가 제출을 요구받는다. 분명 돈 안 되는 일이나마 하긴 했는데 그것을 '공적'으로 증명하기가 어렵다. 

 

이 모든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들은 '프리랜서'가 되길 선택한다. 아마도 결국 그들이 원하는 자유란 '조직 생활'로부터의 자유, 혼자 일할 자유가 아닐까. 

 

이 책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의 저자 역시 혼자 일할 자유를 누리기 위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탄탄한 직장을 버린다. 프리랜서로서 밥 벌어먹을 아무런 기술 따윈 없는 사무직 경력으로 퇴사하여 전쟁터 같은 세상에서 생존하기 위해 분투한다. 저자는 퇴사부터 현재 번역가, 작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범위를 넓혀 프리랜서 생활에 안착하기까지의 과정과 고충을 섬세하고 위트 있게 그려내었다.

 

단순히 일이 힘들다고 생각하고 꾸역꾸역 회사 생활을 버텨낸 저자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일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회사라는 조직과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하여 이제는 당당히 말하고 있다.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라고.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일러스트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위 만화처럼 사실 프리랜서가 되는 일보다 프리랜서로 살아남는 일은 꽤나 고되다. 저자 역시 회사라는 울타리 없이 회사 밖에서 먹고 살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퇴사 후 일 년 가까이 번역 학원을 다녔고, 일이 들어오길 기다리는 반백수의 막막한 시간들을 꿋꿋하게 버텼다. 그 와중에 개인 브랜딩을 위해 간간히 그려보던 웹툰을 블로그에 올려온 일을 계기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할 기회를 얻었고, 이미 두세 권의 책을 낸 작가가 되었다. 

 

저자는 프리랜서에게 필요한 중요한 자질로 다른 무엇도 아닌 책임감과 인내심을 꼽는다. 프리랜서 역시 눈부시게 빛나는 재능을 타고난 범접할 수 없이 특출 난 사람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직업인들이다. 다만 그들이 지닌 건 꾸준함과 노력, 무난한 기술과 약간의 차별성일 뿐.

 

책임감이 프리랜서의 친구인 성수기를 빛내 줄 자질이라면,
인내심은 프리랜서의 피할 수 없는 적인 비수기를
버티고 극복하게 해 줄 자질이다.
- 263p.

 

나는 복숭아 알레르기를 가진 채 복숭아 과수원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
당신이 불행한 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당신이 어떤 선택을 내리든, 결코 당신 자신을 미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 294p.

 

이미 프리랜서가 되어버린 사람이나, 복숭아 알레르기를 가진채 죄책감을 느끼며 복숭아 과수원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저자가 시종일관 건네는 자상하고 단단한 위로가 큰 힘이 되는 책이다. 

 

회사 체질이 아니 라서요 책 표지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복숭아 알레르기가 당신의 탓이 아니듯, 회사 체질이 아닌 것도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회사 밖이라는 달콤하면서도 냉혹한 현실을 이야기하는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4년 전까지만 해도

bo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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