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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테라와 루나 사태는 과연 '폰지 사기'일까요, 아닐까요? 연일 경제 뉴스가 논쟁으로 뜨겁습니다. 판단을 하려면 우선 폰지 사기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부터 알아야 할 것 같아요.

 

폰지 사기의 뜻과 유래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폰지 사기란?
폰지 사기 무슨 뜻이야?

 

   폰지 사기(Ponzi Scheme)란?

폰지(Ponzi) 사기는 실제 이윤 창출 없이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금융사기를 말합니다. 고수익을 보장하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다음, 또 다른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에요. 폰지 게임(Ponzi game)이라고도 부르는데요.

 

이는 기발한 방법 같지만, 신규 투자자를 무한정 모집할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결국엔 약속된 돈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발생합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투자자가 생기지 않거나, 투자자들이 갑자기 대규모로 돈을 돌려달라고 하면 내줄 돈이 없어 결국 사기가 들통나게 돼요. 사기꾼들은 처음 몇 달 동안은 약속한 대로 수익금을 주다가 잠적해버리곤 하는데, 때문에 나중에 막차를 탄 사람의 피해가 제일 커요.

 

   폰지 사기의 유래

폰지 사기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찰스 폰지(1882~1949)의 사기극에서 유래했습니다.

 

찰스 폰지는 1919년 환율 차이를 이용한 사기극을 계획했어요. 당시 만국우편연합은 편지 수취인이 답신할 때 필요한 '국제우표반신권'이라는 쿠폰을 발행해왔습니다. 회원국이면 어디서나 우표로 교환할 수 있는 이 쿠폰은 스페인에서는 미국 돈으로 1센트에 불과했지만 미국 우체국에서는 6센트 우표로 교환할 수 있었던 거죠. 이탈리아 등의 유럽 일부 국가에서도 쿠폰 값이 미국에 비해 훨씬 쌌어요. 따라서 폰지는 이런 나라들에게 반신권 쿠폰을 사들여 미국에서 우표로 교환해 팔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국제우표반신권(IRC) : 만국우편연합(UPC) 가입국 어디서나 우표로 교환해 답신할 수 있게 해주는 쿠폰

 

폰지는 1919년 12월 보스턴에 본인이 대표이며 유일한 직원인 증권사를 차렸습니다. 그리고 투자자에게 "45일 만에 50%, 90일 만에 100%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증서를 발행했어요. 하지만 원칙적으로 우정 당국이 우표와 현금의 교환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서 차익거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죠. 그런데도 폰지는 새로운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약속한 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가공의 수익률을 만들어 내며 입소문이 나자 4만 명이 1500만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요즘 시세로 하면 1억 5천만 달러가 넘는 금액이에요. 

 

하지만 이런 방식은 결국 한계에 도달했어요. 한 금융 전문가가 미국에서 2만 7천 장의 쿠폰이 유통되고 있는데 폰지의 거래가 실제로 성립하려면 1억 6천만 장이 있어야 한다고 추산하며 의문을 제기했어요. 폰지가 끌어모은 막대한 자금이 투자될 만큼의 충분한 쿠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죠. 보스턴 우체국에서도 폰지 방식의 국제 우편 사업을 허용한 전례가 없다는 사실이 투자자들에게 알려지며 투자자들이 투자금 회수에 나서자 회사의 자금 사정은 급격히 악화됐어요.

 

1920년 8월 <보스턴글로브>는 폰지의 과거 범죄 행각을 폭로하는 기사를 내보냈고, 결국 폰지의 회사는 파산하고 이후 사기 혐의로 구속됩니다. 8개월 만에 약 2천만 달러를 끌어모은 사기극은 끝이 납니다. 

 

하지만 그는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뒤 부동산 투자회사를 차려 같은 방식으로 다시 사기 행각을 벌였는데요. 결국 징역 9년형을 선고받으며 이후 다단계 금융사기의 원조로 불리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습니다. 이후 유사한 방식의 사기를 폰지 사기라고 부르게 되었어요.

 

폰지는 역설적으로 금융발전에 기여했습니다. 폰지 같은 금융사기를 막기 위해서는 연방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1934년 미국 의회는 증권거래법을 통과시켰고, 이를 바탕으로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출범하기도 했어요.

 

  테라 사태는 폰지 사기일까?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암호화폐 테라와 루나 폭락 사태도 폰지 사기가 아니냐는 시각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최고경영자(CEO)는 스테이블 코인 테라 USD(UST)와 자매 코인 루나를 발행했습니다. 테라는 실물 자산을 담보로 하는 다른 스테이블 코인과는 달리 가상 화폐 루나의 발행량을 조절해 1개당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하는 특이한 알고리즘 방식을 채택했는데요. 테라폼랩스는 테라의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투자자가 테라와 루나를 구입해서 마치 은행에 맡기듯 예치하면 최대 연 20%에 달하는 이자를 코인으로 지급하겠다면서 투자자를 모았죠. 이 이자를 노리는 사람이 많아지면 테라의 인기가 많아지고, 테라의 가격이 오르면 루나의 가격도 함께 오르는 구조예요. 결국 루나가 테라의 가치를 올리고, 테라가 루나의 가치를 올리는 셈이니 이는 폰지 사기와 같은 '돌려막기'와 다름없다는 비판을 받게 된 겁니다.

 

전문가들은 테라(UST)를 지탱하는 루나의 자산성을 유지하는 구조의 취약성과, 투자자가 테라(UST)를 예치하면 약 20%에 달하는 이자를 돌려주는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의 취약성을 함께 지적했어요. 시중은행의 이자를 웃돌뿐더러, 이 높은 이자율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걱정이 있었죠.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 : 탈중앙화 금융(DeFi, 디파이) 서비스로 가상자산 예치 및 대출 서비스를 제공. 예치 및 대출에 적용되는 금리를 최대 연 20%까지 받을 수 있음. 담보로 맡긴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과는 별개로 안정적 이율을 보장.

 

가상자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투자자들이 테라 매도에 나서자 루나 가격이 함께 주저앉았고, 테라의 가치가 떨어지자 투자자들이 앵커 프로토콜로부터 대규모 인출을 하는 뱅크런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따라서 투자금, 투자 가상자산을 다른 투자자에게 돌려 막는 폰지 사기가 아니었냐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고, 검찰 역시 '테라·루나 폭락 사태'에 대해 폰지 사기였는지 여부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추가]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 수사단 부활 '자본시장 교란사범' 처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던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이 부활했습니다. 수사권이 없어 '반쪽 부활'로 꼽히던 협력단 대신 합수단을 통해 경제범죄에 빠르게 대처하려는 건데요. 남부지검 합수단이 '1호 사건'으로 수사 중인 사건은 루나·테라 폭락 사태예요.

 

지난달 중순 가격이 98%가량 폭락해 국내 투자자 약 28만 명이 피해를 입었죠. 지난 6월 2일 기준 테라·루나로 피해를 입고 남부지검 합수단을 찾은 투자자는 총 104명, 피해액은 101억 원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사태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등은 사기,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피소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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