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실수로 460억 원 손실 파산한 한맥투자증권을 아시나요?

책에서 정말 깜짝 놀랄만한 증권사 뒷 이야기를 읽어서 소개해드립니다.

2013년 한맥투자증권이라는 중견 증권사가 한 직원의 실수로 프로그램 매매 과정에서 숫자를 잘못 입력해 5분 만에 약 463억 원의 손실이 발생해 결국 파산했다는 사실인데요.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직원의 실수로 파산

한맥증권은 2013년 12월 12일 개장 직후 코스피 200 12월 선물 옵션을 주문하면서 직원의 주문 실수로 시장 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매물을 쏟아낸 것인데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옵션 가격의 변수인 이자율 계산을 "잔여일/365"로 해야 하는데, "잔여일/0"으로 써넣는 바람에 모든 상황에 이익 실현이 가능하다고 본 프로그램이 막대한 양의 거래를 토해낸 것입니다.

딱 5분 동안 벌어진 일이었으나 약 463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실수로 나간 주문이지만 환불은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결제시한인 12월 13일 오후 4시까지 결제대금을 납입하지 못해 일단 한국거래소에서 대금을 대납하고 한맥측에 구상권을 행사하게 되었고요.

이후 한맥증권은 주문 실수로 이익을 본 증권사와 헤지펀드 등을 상대로 이익금 환수에 나섰는데요. 국내 증권사 6곳으로부터는 이익금을 돌려받았지만, 360억 원의 가장 많은 이익을 본 미국계 헤지펀드 캐시아캐피탈로부터는 이익금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한맥투자증권은 2번의 영업정지 기간을 거치다가 432일이 지난 2015년 2월 16일 파산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는 한국거래소의 시스템 미비로 회사가 파산한 만큼 한국거래소 측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소송은 기각되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한맥투자증권을 상대로 대신 갚아준 돈을 돌려달라는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당시 갚아준 금액에서 한맥이 한국거래소에 예치한 공동기금을 제외한 411억 5천400여만 원을 최종 청구하여 2015년 10월 30일 법원은 이 금액 전부를 파산재단이 한국거래소에 갚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한맥투자증권 역사

한맥투자증권은 1991년 진로그룹 계열 선물사 우신선물로 설립되어 2009년 증권사가 되었습니다. 사고 당시 한맥투자증권의 자본금은 268억 원, 자기 자본은 198억 원이었습니다.

사후 대책

이후 한국거래소에서는 다시 이러한 사태가 발생되지 않도록 실시간 호가제한, 착오거래 구제제도, 사후증거금 요건 인상 등의 제도를 추가했습니다.

실시간 호가제한은 거래소가 접속매매 시간 중 거래가 체결될 때마다 체결 가격에 가격 변동폭을 실시간 상한가, 하한가를 설정하고, 이후 접수되는 실시간 상한가 초과의 매수호가와 실시간 하한가 미만의 매도호가는 접수를 거부하는 방식입니다.

직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한맥투자증권은 2013년 12월 13일 자로 정규직원 45명, 계약직원 100명 등 임직원 총 157명 중 120명을 권고사직 처리했습니다. 주문실수 하루 만에 대규모 권고사직을 한 건 임직원에게 지급할 퇴직금 문제 때문이었는데요. 한맥투자증권 대신 결제대금을 대납한 한국거래소가 구상권을 청구하고 최악의 경우 압류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파산절차를 밟기 전 안정적으로 퇴직금을 지급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팻 핑거(Fat finger)란?

증권 매매 시 주문 정보를 실수로 입력하는 것을 '팻 핑거'라고 부릅니다.

증권을 매매하는 사람의 손가락이 자판보다 굵어 가격 또는 주문량을 실수로 입력한다는 의미인데요. 한맥의 경우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2010년 5월 한 투자은행 직원이 100만 단위의 거래를 10억 단위의 거래로 잘못 누른 사건이 있었다고 하네요. 이 실수로 각종 매매 알고리즘들이 연쇄 작동하여 15분 사이에 다우-존스 평균 주가가 9.2% 하락하였습니다. 이 사건을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사건이라고 부릅니다.

인간의 실수라지만 한 순간의 착오로 회사가 파산 지경에 이르게 되다니 정말 무섭고 끔찍한 사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