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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돈독하게/ 김얀 저 / 미디어창비 /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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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돈독하게

 

 

나이 서른에 신병이 내린 듯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정적인 직장과 사랑하는 애인과 생활의 여유 같은 것들을 뒤로하고 무작정 상경했다. '글을 써서 먹고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연히 블로그에 쓴 연애와 섹스에 대한 에세이가 주목을 받아 생각지 않던 '연애·섹스 칼럼니스트'가 되었다. 2013년 '야하고, 이상한, 여행기'인 첫 책을 냈다. 만부를 넘겨 팔아 손익분기점은 넘겼지만 글로 먹고살 만한 돈은 안됐다.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예술보다는 기술'이라는 부모님 말씀으로 들어간 치기공과의 전공을 살려 치과에서 일했다. 일하다 말다를 반복했다. 이대로는 살 수 없어 1년간 호주로 가 두 번째 책 낼 돈을 벌었다. 두 번째는 혼신의 힘을 다해 쓴 자전적 소설이었다. 초판 2천 부도 팔리지 않았다. 서른다섯이 되었다.

 

다시 치과로 돌아가 일하던 중에 드라마 작가로 러브콜을 받았다. 당장 때려치우고 상경했다. 살고 있던 전세 만기가 돌아와 이참에 '자가' 소유주가 되어볼까 마음먹었다. 은행에 대출상담을 받았다. 은행원이 연소득을 보고는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연소득이.... 480만 원이.... 맞는 거죠?" 대차게 까였다. 

 

그리고 깨달았다.
돈은 단순히 무엇을 살 수 있는 교환가치뿐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 준다는 것.

 

 

그렇게 시작되었다. 

"연소득 480만 원, 대문호를 꿈꾸던 가난한 예술인의 대부호 되기 프로젝트"가. 돈을 공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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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바라는 것은 오직 '글을 써서 먹고살고 싶다'는 저자가 은행 대출을 거부당한 충격적인 경험으로 돈에 눈을 떠 1년간 치열하게 돈 벌고, 돈을 공부한 기록이다. 그 결과로 서른아홉인 현재(출간 당시) 월소득은 예전의 연소득에 가까워졌고, 나의 집과 자신만을 위한 글쓰기 사무실을 갖게 되었다. 

 

그 1년 동안 무얼했냐하면, 돈에 관한 책을 200여 권 읽었고, 정기적인 수입의 중요성을 깨달아 치과에 취직하여 월 200만 원의 소득을 얻는 직장인이 됐다. 주 4일을 출근하고 3일은 글을 쓰며, 자신의 집을 셰어하우스로 꾸며 부수적인 파이프라인을 구축하였다. 아침 30분 일찍 출근하여 경제신문을 읽으며 주식공부를 하고, 주 1회는 돈 공부를 하러 다닌다. 시계부를 써 시간 관리를 하고, 통장 쪼개기로 수입을 용도에 맞게 저축한다. 하루 만보는 걸으려 하며, 저녁 6시 이후엔 아무것도 먹지 않는 공복 14시간을 유지하여 몸과 재정적인 건강을 함께 챙긴다. 최종 목표는 마흔다섯 살까지 금융자산 10억 모으기. 이제 6년 남았다. 시간이 촉박하다.

 

오늘부터 돈독하게
오늘부터 돈독하게

 

내게도 돈을 무시하던 시절이 있었다. 여우와 신포도처럼 가질 수 없는 것이었기에 못 본 척했다. 아니 그렇게 훈련해왔다는 게 더 맞겠다. 비어 가는 통장 잔고에 심장이 죄어오지만 쩨쩨하게 굴기는 싫었다. 써야 할 때는 쓰되, 대신 나에게 덜 쓰는 방법을 택했다. 살면서 돈 앞에 항상 엄격하고 치열했지만 그 치열함을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 다행히도 알아채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없었을 것이다. 평생 내게 고민 없이 소비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겪어보지 않은 걸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내 돈독의 크기도 저자가 말한 200만 원 언저리에 맞춰져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도서관에서 '돈, 주식, 부자'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책들을 잔뜩 빌려 나오며 왠지 살짝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 나뿐만은 아닌가 보다. 돈, 돈 하는 건 좀 속물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가난한 삶에 평생 고달팠던 엄마의 '돈 탄식'이 나는 늘 싫었던 것 같다. 결국 난 부자 되기를 욕망하는 대신 초연하기를 선택했다. 그것이 돈을 '이기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돈이 내가 '무시하거나, 이기고, 정복하고, 싸워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함께 사이좋게 성장해야 하는 존재라는 걸 요즘 깨닫고 있다. 스스로를 벌어 먹이는 일은 신성한 일이며, 이를 위해서는 돈이 꼭 필요하니까. 나를 위해서, 나를 지키기 위해서,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노력하고 공부해서 되는 일이라면 한번 애써볼 참이다. 남은 시간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고 싶다. 

 

이 책은 돈독 오른 저자가, 돈을 공부하며 돈과 돈독해지는 과정을 유쾌하고 진솔하게 담고있다. 때론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싶게. 저자의 글 맛이 참 좋았다. 서른에 신열을 앓듯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역시나 작가가 되어야 할 운명이었나 보다.

 

오늘부터 돈독하게
오늘부터 돈독하게

 

 

 

오늘부터 돈독하게

돈이란 건 ‘티끌 모아 티끌’이라고 애써 무시하고 살았다.은행 창구 앞에서 한껏 작아진 그날의 나를 만나기 전까지는.돈이란 무엇인가,2019년 여름, 김얀은 전세 만기일을 몇 달 앞두고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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